언론기사

[시론] 도시정비사업 자금조달 실태와 해결방안

건설경제 7월 11일자 기사입니다... 조필규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재개발ㆍ재건축 등의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투명한 자금 운영과 시공업체 선정 등으로 주민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칙적으로 정비사업에 사용되는 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또는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 또 정비계획에 따라 설치되는 도시계획시설 중 도로, 공원 등의 주요 기반시설 및 임시 수용시설 비용은 시장, 군수가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  따라서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및 조합의 운영규정에 의한 자금 조달은 토지 등 소유자가 납부하는 경비와 금융기관 및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 등으로부터의 차입금, 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시장이 융자하는 융자금 등 3가지 방식으로 조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비사업에서는 정비회사를 통한 자금 조달, 건설회사나 철거회사를 통한 자금 조달, 추진위원회 및 조합의 자체 조달이 있다. 첫째,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자는 정비회사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차용해서 가칭 추진위원회를 운영하게 된다. 그런데 법에서는 정비회사 선정 시기를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 후 공개경쟁 입찰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리 추진위 구성 승인 전에 정비회사를 임의로 선정하면 형사처분 조항까지 두고 있다. 따라서 가칭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는 정비회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즉 돈을 대여하는 정비회사는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 후에 자신들이 정비회사로 선정되기 위한 각종 장치(업무협약서 또는 정비회사 선정 가계약서 작성)들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추진위원회 임원들이 정비회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정비회사는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대신하여 전문적인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현실은 금전 대부회사로 전락한 실정이다. 자신들이 용역을 제공하면서 그 대가를 지급받기는커녕 막대한 운영비를 대여해야 하고, 나아가 과도한 기술인력 보유 등 부담을 지고 있어 본연의 업무 수행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정비회사들이 더 힘든 것은 막대한 자금을 대여하였는데도 조합의 설립이나 시공사 선정이 이뤄지지 못하거나, 시공자가 정비회사에 대여금을 변제하지 못하게 되면 수년간 거액의 자금이 묶이는 결과가 초래되고, 이는 곧 각종 비리가 발생할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시공사를 선정하기 전까지 투명한 자금 조달 방안의 마련이 필수인 것이다.  둘째, 건설회사 및 철거회사가 은밀히 가칭 추진위원회나 조합에 자금을 제공한다. 이로 인한 폐해는 당연히 심각하다. 즉 돈을 대여해주는 건설회사 및 철거회사가 당해 사업에서 건설회사 및 철거회사로 선정되도록 하기 위해서 입찰 기준을 유리하게 작성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주민들이 스스로 기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수도권 ○○지자체의 대단위 저층아파트인 ○○재건축추진위원회에서는 10년여 동안 사업 추진세력 간의 갈등과 소송, 시공사의 이권 개입으로 사업이 공전을 거듭해 왔다. 계속되는 사업 지연으로 주민들 모두가 지쳐갈 무렵 A위원장은 주민들의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관련 정보를 주민들에게 수시로 알리고 주민들을 독려했다. 이러한 A위원장의 활동이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으면서 그는 새로운 추진위원회 설립을 권유받게 된다. 그 흔한 정비업체 하나 없이 A씨를 지지했던 주민들의 후원금으로 추진위원회가 운영되고 결국 추진위 승인까지 이뤄낸 것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주민들이 스스로 기금을 조성하지 않는 경우 제3자에게 빌린 돈에 대한 책임소재가 문제된다. 대표적인 것이 ‘가칭 추진위원회와 승인된 추진위원회 간의 법률문제’이다.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승인되기 전에 가칭 추진위원회 내지 가칭 추진준비위원회가 구성되어 있고, 가칭 추진위원회가 동의서를 징구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승인된 추진위원회와 달리 가칭 추진위원회는 단일 정비사업 예정구역에 복수로 존재하기도 하고, 주민총회를 거친 경우도 있는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가칭 추진위원회는 자체적인 자금과 인력으로 운영되기보다 정비회사 등 협력업체들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가칭 추진위원회와 협력업체 사이의 관계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간접적인 지원이나 자금 지원만을 받는 경우도 있고, 정식으로 용역계약이나 위임계약 등을 체결하고 같이 활동하는 경우도 있는 등 그 유형과 행태도 다양하다. 그 결과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음성적인 자금 지원 및 불명확한 계약 관계 등으로 인해 주민, 조합 등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갈등은 사업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 차이, 이권에 대한 욕심 등에서 나타나는 대립적 감정으로 표현되며 결국은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정비사업에 대한 다양한 재정 지원과 함께 갈등 발생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이해 주체 간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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