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시론] ‘쇼핑 난민’ 문제에 관심 기울여야

건설경제 11월 3일자 기사입니다... 조필규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쇼핑 난민’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동네 마트가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아서 생필품을 사려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멀리까지 나가야 되는 노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고령화 사회인 우리도 마냥 남의 일 같지는 않은 일이다.  ‘쇼핑 난민’은 ‘쇼핑 약자’라고도 불리며, 학문적으로는 신선한 식품 등 생필품의 구입이 곤란한 지역의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쇼핑 난민’ 현상은 채산성과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로 식품 소매점포 및 교통수단이 불편한 지역에서 식품점포가 감소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증가하면서 ‘쇼핑난민’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규모 공영 주택단지 거주자의 ‘쇼핑 난민’ 발생 원인과 그 특징을 보면 첫째, 근린센터의 후퇴다. 지금까지 단지생활을 지지해 온 시설로서 대표적인 근린센터는 주택단지 주구별로 1∼2곳으로 500m 정도의 도보권에 배치되어 쇼핑과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장소 등 일상생활을 지지하는 기능으로서, 상점을 구심점 점포로 소매점포, 식음료 판매, 미용실 등이 입점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근린센터가 지금은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특히 택지개발에 의해 조성된 수도권의 일부 근린센터에서는 매상이 최근 10년간 약 4분의1로 감소하고, 그 결과로 60% 넘는 빈 점포가 발생하게 되었다. 중심 점포인 상점이 없어지고 방문자가 없어져서 근린센터 내의 개별 점포도 함께 도산하게 되었다.  둘째, 엘리베이터가 없는 주동(住棟)이다. 주택단지는 건립 후 수십 년이 경과되고 대부분의 주동이 4∼5층 건물의 계단실형으로 오르내릴 때 고령자에게는 매우 힘들다. 일부 공영주택을 대상으로 단지의 일부 주동에 엘리베이터 증설을 시작하고 있지만 공사비 문제 등으로 진행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증가되는 비용이 임대료에 반영되기 때문에 주민의 합의를 얻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셋째, 고저차가 있는 토지 이용이다. 교외에 조성된 공영주택 단지는 토지구획정리 사업법 등에 근거하여 조성된 것이라서 고저차 있는 토지를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타마 신도시 등을 방문해보면, 단지 내 배리어 프리(barrier free)가 도입되지 않고 구배가 심한 계단과 경사로 구성되어 있다. 주택에서 가까운 근린센터 내 점포에서쇼핑을 하기 위해서는 고저차가 있는 도로와 계단을 경유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일상적인 생활 활동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쇼핑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경제산업성은 민간기관과 협력하여 가까운 지역에 점포만들기, 집까지 식료품 배달하기, 대중교통편 제공하기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전국 시정촌(市町村)의 80%가 ‘쇼핑 난민’ 대책을 수립하고 마을공동체 버스, 합승택시 운영, 빈 점포 활용도 높이기, 쇼핑대행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일본의 협동조합 역시 지역주민과 조합원의 생활편의 및 고령자의 건강을 위해 ‘쇼핑 난민’ 해소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초고령화 사회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노후된 공영주택 단지에서는 동일 세대가 동시에 입주해서 한꺼번에 많은 거주자가 초고령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자의 장보기를 지원하기 위해서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전국 지자체에서 지역의 현황과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생활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공공 및 지역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쇼핑 난민’ 지원을 위해 비즈니스로의 전환이 중요시되고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 ‘쇼핑 약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저비용으로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초고령화에 대비하고, 고령 거주자가 많은 공영주택단지에서도 ‘쇼핑 약자’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사회적인 큰 해결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는 약 600만명으로 총 인구의 11.7%(2012년 기준)로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일본의 ‘쇼핑 난민’과 같은 사회변화에 따른 사회서비스 조사·실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통계청에서는 한국의 사회지표를 통해 사회의 변화에 따른 고령화, 정보화, 교육 등의 조사지표는 있으나 식품구매 시설(점포)과 관련된 조사는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는 만큼 일본과 같이 ‘쇼핑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사회변화 지표’ 개선과 함께 ‘쇼핑 난민’에 대한 실태 파악과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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