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시론]정비구역 지정기준 개선해야

건설경제 2015년 2월 26일자 기사입니다. 조필규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현재 주택 재개발, 단독주택 재건축에 대한 정비사업은 준공 후 20년이 경과하고 건축물 노후도 기준을 충족하면 정비구역 지정을 거쳐 시행하도록 돼 있다. 노후ㆍ불량건축물 기준은 준공 후 경과연수 20년 이상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게 되어 있으며, 노후도 판정기준은 전체 건축물의 3분의2 이상으로 조례로 비율의 ±10% 조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법제처는 최근 유권해석을 통해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반드시 현장에 가서 그 건축물의 상태 등을 직접 조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준공된 후 20년 등의 기간이 경과하기만 하면 그로써 곧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그 시행령이 정한 ‘노후화로 인하여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에 해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대법원은 판결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장 조사 관련 기준(안전점검, 안전진단 등) 미정립으로 법개정 전까지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즉, 정비구역 지정요건인 노후·불량건축물을 판단하기 위해 건축물의 준공연도뿐 아니라, 현장조사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유사소송에 대비한 법령 개정 등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동안 10년 단위로 정비예정구역을 선정한 후 연차별 계획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으로 과다한 구역지정을 초래하였고, 예정구역과 연차별 계획에 대체하여 생활권 계획을 수립할 수 있으나, 구역지정 방법은 예정구역 제도의 기준을 적용하게 되어 생활권 단위의 주거지 종합관리가 곤란한 상황이다. 이것은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생활권 단위로 수립할 수 있도록 하여 정비사업을 시행할 때 지역의 각종 사회·경제·문화적 요소를 고려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정비구역 지정 요건으로 물리적 요소만 규정하고 있어 그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현행법상 정비구역이 지정되면 건축물의 건축 등 각종 행위가 제한되나 그 지정 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미흡하여 이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생활권 단위로 기본계획을 수립한 지역에서의 정비구역 지정 요건에 해당 지역의 사회·경제·문화적 요소와 주민의 동의율 등을 추가하여 이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비사업의 정책적 타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비계획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적합한 범위에서 노후ㆍ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기 위하여 수립하는 도시ㆍ군 관리계획으로, 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시 주민의견은 형식적으로 수렴하고 있으며 정비사업과는 달리 일정 비율 이상 주민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정비계획수립 단계에서 주민의 동의율을 요건으로 할 경우 조합설립 이후 주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후속적 행위인 추진위원회 구성 또는 조합설립 인가 등 구체적인 정비사업의 시행단계에서 주민의 동의 요건이 이미 규정되어 있지만 무분별한 구역지정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비계획수립 단계에서 주민동의 요건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비구역의 지정요건에 ‘사회ㆍ경제ㆍ문화적 요소’를 포함하도록 하는 것은 다소 포괄적 개념이기도 하지만, GDP 2만달러 시대로 접어들면서 삶의 질 향상, 핵가족화, 고령화 등으로 사회ㆍ경제ㆍ문화적 욕구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확대됨에 따라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즉, 생활권 단위로 기본계획을 수립한 지역에서의 정비구역 지정요건에 기존의 ‘노후·불량건축물 밀집 등’ 물리적 요건 외에 ‘주민의 동의율과 사회·경제·문화적 요소 등’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주민 여건, 장소 특성, 주민 동의 여부 등을 점수화하여 도시별, 주거지에 대한 정비ㆍ보전ㆍ관리의 필요성과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주거지에 대한 정비ㆍ보전ㆍ관리의 합리화 모색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일본의 경우는 ‘주거환경평가 지표’를 통해 안전성ㆍ보건성ㆍ편리성ㆍ쾌적성ㆍ지속가능성의 항목으로 주거환경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주거환경의 관리방향을 설정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주거환경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전성의 경우는 일상안전성, 재해안전성, 풍수해안전성으로 구분하고 세부 항목에 대한 목표와 평가척도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주택공급의 균형에 대한 지역의 경제적인 지속과 발전, 적절한 인구 및 토지이용 균형의 유지를 위한 양호한 도시활동의 지속성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 지나치게 사업성만을 고려한 정비기반시설 설치를 미연에 방지하고, 주거환경권역 내 필요시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전문적인 평가를 위한 ‘주거환경평가 지표’와 같은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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