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시론] 북한 경제개발구가 성공하려면

건설경제 2015년 5월 12일자 기사입니다 이인근 (LH 토지주택연구원 원장) 북한은 2014년까지 총 19개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발표했다. 중국이 개혁개방 초기에 그러했듯 북한도 경제개발구를 통한 외자유치와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에서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개발구 개발의 성과는 거의 없다시피 한 형편이다. 어떻게 해야 북한은 경제개발구에서 대박을 낼 수 있을까? 멀리서 찾지 말고 이미 성공한 경제특구에서 그 비결을 찾아라는 것이 필자의 요지다. 북한으로서는 핵개발에 따른 국제적 제재가 가장 큰 문제겠지만, 여기서는 정치군사적인 사항은 논외로 하고 경제적 측면에 한정해 보자. 정치군사적 문제가 해결된다고 자동으로 경제개발구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한 경제특구에서 비결을 찾으라니, 그렇다면 북한에 ‘이미 성공한 경제특구’가 있다는 말인가? 있다. 바로 개성공단이 북한의 성공한 경제특구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4년 남북교역액은 23억달러가량이었는데, 그중 99% 이상이 개성공단을 통한 것이었다. 2013년 북중교역 총액이(2014년 통계 미발표) 65억달러 정도였으니, 개성공단에서 이루어진 교역액이 북한 대외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중교역 총액의 3분의1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추정한 2013년 북한 국민총소득(GNI)의 7%를 넘는 액수이기도 하다.  현재 개성공단의 실제 가동률은 40%가량이니, 단순계산으로 개성공단과 비슷한 수준의 공단이 하나만 더 만들어져도 남북교역액은 북중교역액을 훌쩍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성공단이 성공한 특구인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불안정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2013년 일시 중단을 제외하면 10년 이상 한국 기업과 북한 근로자들이 어울려 생산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니 말이다. 2015년 현재 개성공단의 입주기업은 124개, 북한 근로자는 5만4000여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개성공단 성공의 비결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먼저, 개성공단은 북한 전체 지역 중 인프라 개발비용이 최소가 되는 곳에 입지해 있다. 전력과 교통시설 등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 상황으로 인해 특구 개발은 불가피하게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필요로 한다. 개성공단은 한국의 수도권에 최근접한 지역으로 남측 전력을 활용할 수 있었고 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 개발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인구 2000만 이상의 한국 수도권과 최단거리로 근접해 있다는 것도 북한의 다른 지역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들의 공단에 비해 큰 이점이 아닐 수 없다.  개성공단은 물리적 인프라 구축과 함께 제도적 틀을 만들어가면서 추진되었다. 북한은 2002년 ‘개성공업지구법’을, 한국은 2007년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개성공업지구법 밑에는 16개 하위규정과 50여개에 달하는 사업준칙 등이 제정ㆍ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법률과 규정, 준칙 등은 개성공단의 개발ㆍ관리와 함께 세금, 통신, 통관, 검역, 회계, 부동산, 지적, 건축, 감정평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점차 보완해 나가고 있다. 이상의 법규와 함께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4대 경협합의서와 10여개 개성공단 관련 남북합의서가 있어 공단의 개발과 관리·운영을 규율하고 있다.  개성공단 성공요인 중 또 다른 중요한 것은 공단의 개발과 관리를 위한 기구를 협력적이면서도 창조적, 실용적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개성공단은 민간기업(현대아산)의 투자로 시작하여 공공사업자(LH)가 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민관협력형’ 사업으로 발전하였다. 또한 남북 당국 간 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큰 틀의 방향을 합의했고, 지금은 남북공동위원회가 그 일을 맡고 있다.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는 북한의 법인격을 가지지만 초기 개발업자에 의해 구성토록 하였고 남측에 위탁함으로써 한국의 관리 노하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미 이룬 성공에 비춰볼 때, 북한의 향후 경제개발구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인프라 개발비용이 최소가 되는 입지를 선택하여 집중하고, 개발비용 조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남ㆍ북ㆍ중ㆍ러의 인프라회랑 연결사업이 추진된다면 그 선택지는 훨씬 넓어질 것이다. 둘째, 제도와 기구를 실용적이고 창조적으로 구성해 나가되 초기에는 특히 다른 나라의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직은 한국이나 외국의 공공ㆍ민간 기업에 위탁개발하는 방식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줄 것이다.  경제개발구 대박을 위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파행을 겪는다면 그것을 보는 외국인 투자자 중 누가 북한의 다른 경제개발구에 투자하겠는가.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고 신뢰를 구축할 의지와 역량이 있음을 대내외에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임금과 토지사용료 문제도 북한의 ‘북남경제협력법’이 규정하고 있는 상호존중(호상존중)과 신뢰의 원칙에 입각해서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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