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시론] 기후변화와 도시공원의 역할

건설경제 2015년 6월 9일자 기사입니다. 이인근 (LH 토지주택연구원 원장)  올해 여름이 심상치 않다. 발표되는 보고서마다 올 여름은 최고의 폭염피해를 경고하고 있다. 여름을 견디면서도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의 기세는 경험한 적 없는 무더운 여름을 감내하게 한다.  우리나라 폭염 패턴이 변하고 있다. 8월에 집중되던 폭염이 가뭄과 연계되면서 이른 무더위와 장마후의 늦더위 형태로 발생기간이 연장되고 있다. 매년 최고 기온이 경신되고 있음은 물론, 폭염 발생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제 더 이상 폭염은 특정기간과 특수지역에 한정되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국지적 기상현상이 아니다.  올해 5월은 기상관측 43년 만에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전국 45개 지점에서 측정된 일 평균기온의 평균이 18.1℃, 일 최고기온 평균이 24.6℃로 전국 기상관측 기록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폭염의 원인은 자연현상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대부분 기후변화를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기후변화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그중 폭염 피해는 기상재해 중 단연 최고이다. 그만큼 폭염은 우리 인체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1997년 교토기후협약을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 조치가 범세계적 차원에서 이미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연구결과(독일·스페인 공동연구팀, 2014)에 의하면, 지금 당장 적극적인 대응이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2040년까지 기록적인 폭염은 지속되며, 그 면적도 2000년도 대비 4배가 증가될 전망이다.  폭염은 이미 우리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매년 폭염 일수가 증가하고 연속되는 여름철 외부환경은 더 이상 노약자와 유아, 만성질환자에게만 치명적이지 않다. 하루 최고 온도가 31.2℃ 이상일 경우 1℃가 높아질 때마다 온열질환자는 69.1%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덥다는 대구의 경우, 2013년 21일이던 폭염 일수가 2100년에는 46일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국민안전처가 수립한 ‘폭염대응 종합대책’에 근거한 폭염 피해 예방 및 관리와 감시 시스템이 운영된다. 주로 폭염에 취약한 독거노인, 고령자를 위한 감시시스템 가동과 옥외작업자, 노동자, 학교 등에 폭염 피해예방을 위한 행정지도 등 행동 요령 및 교육홍보 활동이 강화된다.  폭염 대책기간에 찾을 수 있는 폭염대피소, 일명 무더위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전국 4만2649개소가 지정·운영되고 있다. 그중 73%가 경로당 시설로 고령계층에 한정된다. 실제 운영 및 지원 실태는 매우 저조하여 개선이 필요하나, 폭염 대피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주요 시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무더위 쉼터까지 이동해야 하는 외부 폭염환경과 폭염기간 부득이한 외부 작업환경 등으로 안전한 일상생활 및 일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도시의 폭염 예방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가장 이상적인 피서법은 역시 시원한 장소를 찾아 일상을 떠나는 방법이다. 여기서 시원한 장소라 함은 역시 물이 흐르고 나무로 뒤덮인 장소이다. 물소리와 발을 담그고, 뱃놀이 등 수변을 즐기는 것이다. 다음은 그늘을 주는 오픈된 휴식공간에서의 여유를 즐기는 방법이다. 그늘을 주는 장소는 거대한 나무 그늘일 수도 있고, 운치 있는 정자나 센터이기도 하다. 수다를 떨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하고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마지막 방법은 여행,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방법이다. 올레길이나 둘레길과 같이, 느린 걸음으로 자연을 즐기며 산책하는 느린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는 길이다.  지하와 지상을 넘다드는 거대한 건물로 가득한 도시이지만, 다행히도 우리가 사는 가까운 곳에는 물과 나무가 있고, 휴식이 가능하면서 산책도 가능한 장소가 존재한다. 바로 도시 공원과 보행자 도로이다.  본디 공원은 산업혁명에 따른 도시 위생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공공 오픈 스페이스로 조성되었다. 그 후 도시민의 휴양과 휴식 요구를 만족시키는 장으로 발전하였고, 건강을 위한 운동과 스포츠 활동의 장으로 그 역할이 확대되었다.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여가 및 레크리에이션 요구를 수용함은 물론 지역교류의 장, 재난의 피난처, 생물 서식환경을 보전하고 도시 형태를 규제하는 등 도시가 변화됨에 따른 인간환경의 요구 부문을 수용하면서 발전해왔다.  녹지와 물의 열 저감 효과에 대한 연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검증되어 왔다. 환경계획에 의한 녹지와 물의 네트워크를 통한 생태성 향상은 물론, 기후 조절효과도 많은 도시에 적용되고 있다. 다양한 열 쾌적지수가 개발되어 폭염의 체감 정도를 가늠케 된 것도 그간의 발전이다. 이젠 도시공원의 직접적 변신이 필요한 때이다. 가마솥 불볕 더위 속 도심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는 새로운 도시 공원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