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시론] 신혼부부 주거안정 대책 세워야

건설경제 2015년 7월 16일자 기사입니다. 이인근 (LH토지주택연구원 원장) 최근 들어 부동산경기가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는 가운데 신혼부부가 분양시장의 VIP 고객으로 등장하고 있다. 40∼50대가 차지했던 분양시장이 이제는 젊은 신혼부부로 넘어오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신혼부부가 첫 가정을 꾸리면서 새 집과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고,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마련 여건이 이전보다 좋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4년 신혼부부가구 주거실태 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85%가 내집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혼인과 함께 자가주택을 구입한 신혼부부는 15%이며, 이사 경험이 있는 신혼부부 중 자가에서 전세로 이사한 경우는 23%지만 전세에서 자가로 이동한 경우는 32%로, 내집 마련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신혼부부가 분양시장의 VIP로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신혼부부의 소득이 높아 내집을 마련했다기보다는 계속되는 전세난과 현금지출 부담이 큰 보증부 월세의 증가로 인해 부모의 도움으로 내집을 마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집을 마련한 신혼 1년차 가구의 주택구입 자금 구성을 살펴보면, 순수 부부만의 자금은 48%에 불과하다. 금융기관 대출금이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부모나 친인척에게 27%의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 전 1인 가구로 거주할 때 지원받은 자금까지 고려하면 더 많은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부모의 도움 없이는 주택자금 마련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기에 신혼부부가 주택을 구입하게 되면 부모 역시 저렴한 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나마 부모의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는 신혼부부는 행복한 편이다. 많은 신혼부부가 보증부 월세의 원룸에서 신혼을 시작하고 있으며, 신혼집 자금 마련을 위해 결혼을 늦추는 젊은이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출금에 따른 가계부담 역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내집을 마련한 신혼부부의 90% 이상이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았으며, 원금과 이자상환으로 월 소득의 19%에 해당되는 72만원을 매월 지출하고 있다. 신혼시기가 대출금 상환시기가 된 것이다. 출산준비 등 미래를 대비하기 시작하는 신혼부부에게 있어 매월 현금으로 지출되는 주거비 부담은 기피하고 싶은 현실이다. 보증부 월세의 증가는 자연히 부모의 도움을 받아 내집을 마련하려는 욕구를 높일 수밖에 없다. 부모 입장에서도 출가하는 자녀가 여유로운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집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주택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혹자는 신혼부부가 너무 좋은 주택에서 시작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낸다. 하지만 신혼부부의 52%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할 의사가 있고, 지역따라 편차가 있지만 도심과의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률은 5대1에 육박하고 있다. 문제는 주거비 부담이 적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수요가 불일치하는 것에 있다. 신혼부부의 주택 선택은 직장과의 거리가 가장 중요하다. 자녀가 있거나 맞벌이 가구의 경우는 그 중요도가 더욱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도심지역에 건설하기에는 현실여건이 만만치 않다. 그렇기에 도심지역에 공급이 용이한 전세임대주택과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직주근접이 가능한 행복주택, 더불어 전세임대주택과 행복주택의 장점을 가진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여 결혼 후 안정적인 거주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러한 임대주택 공급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혼부부가 분양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 부동산시장의 긍정적 신호라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신규 분양아파트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만큼 현금 부담이 큰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동시에 늘어나는 주거비로 인해 가계부담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신혼부부가 왜 아파트를 선호하고, 직장과의 거리를 중요하게 고려하는지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의 주거환경을 높이고, 주택공급과 함께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육아·보육시설 확충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혼부부 주거안정의 중요성은 단순히 행복에 가득 찬 신혼시기 때문이 아니다. 경제활동의 중심세대인 신혼부부의 주거안정화를 통해 사회적·경제적 국가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신혼집 마련의 어려움은 혼인연령을 높이거나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를 양산하게 되어 저출산 시대를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혼시기는 첫 가정을 꾸리고 첫 자녀를 갖게 되며, 첫 집을 마련하는 기간이다. 모든 것이 처음인 이들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에 이전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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