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시론] 빗물, 머금고 다시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건설경제 2015년 8월 26일자 기사입니다. 이인근 (LH토지주택연구원 원장)  임시 공휴일을 겸한 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한바탕 북새통을 치렀다. 기상청에 따르면 100㎜가 넘는 강한 비가 쏟아진 곳도 있다고 한다. 기습 폭우로 하천물이 불어나 일부 지역에서는 수십명의 주민이 고립됐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이런 국지성 호우는 무더위로 인한 대기 불안정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최근의 기상이변과 함께 도심 기온이 주변보다 급격히 상승하는 도시 열섬현상으로 국지성 호우는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 여름철 평균 강수량을 보면 1980년대 700㎜, 2000년대 750㎜이던 것이 2011년에는 1000㎜로 큰 폭의 증가를 나타냈다. 호우 발생 빈도에 있어서도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 빈도가 1980년대에 비해 2000년대에 들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절기상으로는 입추가 한참 지났지만 폭염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고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국지성 호우도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다.  집중호우 발생 시 왜 도시지역에 피해가 더 집중될까? 도시에 침수 피해가 집중되는 이유는 도시지역은 지표면이 대부분 포장면으로 이루어져 빗물을 침투시키거나 저류시킬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빗물의 유출이 빠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강우 시에는 많은 양의 빗물이 흘러 홍수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건기에는 지하수위 저하로 하천이 건천화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렇듯 도시에서의 빗물 관리가 왜곡된 원인은 그간 우리나라 빗물 관리 정책이 ‘신속 배제’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의 빗물은 빨리 내다버려야 하는 성가신 존재로 관리해 왔던 것이다. 빨리 ‘버리기’ 위해 지표면은 포장되었고 포장면에서 유출된 빗물은 신속하게 우수관을 통해 하천으로 유입되고, 하천으로 유입된 빗물은 다시 바다로 ‘버려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빗물을 저류 또는 침투시키거나, 재이용하는 방법은 고려할 여력이 없었다. 강우 시에 신속하게 내다버렸던 빗물은 비가 그치고 나면 유지용수 부족으로 인한 하천의 건천화 문제를 가져왔다. 강우 시에는 넘쳐서 고민이고 건기에는 모자라서 고민인 얄궂음이 반복되는 것이다.  8월과 9월은 태풍 발생이 잦은 시기로 집중호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는 또 빗물을 ‘빨리 버리는’ 대책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우기에 강우가 집중되는 몬순기후의 강우 특성상 적절한 빗물 관리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우 시에는 버리고 건기 시에는 모자라는 악순환의 빗물 관리 정책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의 빗물 관리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도시가 빗물을 머금고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빗물을 저류 또는 지하로 침투시키거나,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다. 건물의 지붕에서 유출되는 빗물은 저류조에 저장한 후 화장실 용수나 조경 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빗물의 지하침투를 촉진하기 위해 주차장과 같은 차량통행이 많지 않은 포장 지표면을 투수성 포장으로 시공하거나 식생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기존 포장면을 식생으로 조성할 경우 빗물 침투뿐만 아니라, 지표면의 복사열을 줄여 도시 열섬현상을 줄여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LH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빗물 침투 등의 빗물 관리시설 설치 시 증발산량의 변화로 한여름인 7월, 8월 기준 1.2℃의 온도저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얼마 전 환경부와 행복청이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이러한 방식의 친환경 빗물관리 기법인 저영향개발(LID) 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저영향개발(LID·Low Impact Development) 기법은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개발 기법으로 지표면의 불투수면을 감소시켜 빗물의 유출을 줄이고 지하침투를 증가시켜 물순환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으로, 개발로 인해 변화하는 물순환 상태를 자연친화적인 기법을 활용해 최대한 개발 이전 상황에 가깝게 유지하고자 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환경부와 행복청은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저영향개발 기법 적용을 통해 도시에서 유출되는 빗물의 양을 줄이고 지하침투를 촉진시켜 도시의 건전한 물순환 체계 구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도시 빗물 관리 패러다임의 큰 변화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행복도시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도시이기 때문에 이번 저영향개발 기법 도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경우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행복도시의 새로운 시도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행복도시에서의 저영향개발 기법 도입이 좋은 결과를 나타내 도시에서의 빗물 관리가 버리고 모자라는 방식이 아닌 머금고 다시 쓰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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