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시론] 남북경협, 산업단지 개발협력으로 나아가야

건설경제신문 2015년 11월 30일자 기사입니다. 이인근 (LH 토지주택연구원 원장)  지난 8월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통해 5개 항의 공동보도문에 합의한 이후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에서 이루어졌으며, 최근 남북접촉에서 오는 12월11일 개성공업지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을 의제로 차관급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성과의 연장선에서 향후 남북 간 민간교류 활성화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남북 상호이익 증진과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는 그 교류의 폭을 ‘경제협력’으로 넓혀 나가야 하고, 그 우선순위는 북한지역 내 ‘산업단지’를 남북이 협력해서 만들어 나가는 데 있다는 것이 이 글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다. 여기서는 북핵문제를 포함한 남북 간 정치·군사적 문제가 해결되어 나가는 상황을 가정하고 논의를 전개해 본다.  먼저 남북은 상호이익의 차원에서 경제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7월 발표한 ‘남북경제교류 新5대원칙’은 남북경제협력의 필요성과 방향을 잘 정리하고 있다. 전경련은 1995년 6월의 ‘남북경제협력 5대 원칙’을 20년 만에 수정하여 新5대원칙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북한의 자기주도적 경제개발’,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경제교류’, 그리고 ‘동북아경제권 형성을 위한 주변국 참여와 지지 확보’가 당초에는 없던 내용을 수정·추가한 것이다. ‘정부의 남북대화 진전과 조화’(5대 원칙 중 하나) 및 ‘경제협력’을 안정화하는 것이 북한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와 나아가 동북아 여러 나라들에 상호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한 남북 경제협력의 안정화는 정치·군사적 불안정성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경제협력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여러 경로와 전략이 있을 수 있다.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지만 ‘산업단지 개발을 우선하는 경로’와 ‘국제적 교통·물류 건설을 우선하는 경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한 조건을 살펴보면, 먼저 북한은 대륙과 해양을 통해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유리한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북한은 ‘교통·물류 중심의 大통로 개발’을 우선하는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저렴하고 우수한 노동력과 함께 지하자원, 관광자원을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남북이 상호협력하는 경우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 지리적 이점을 한국의 자본과 기술, 경영·제도적 노하우와 접목하여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이것은 산업단지 개발이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두 가지 조건에서 남북 경제협력의 우선순위가 ‘국제적 교통·물류 개발’보다 ‘산업단지 개발’에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저개발국가가 초기 산업화를 추진하는 경우 산업공간을 구축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른바 점·선·면의 단계적 개발전략이다. 경제특구(점)를 개발하여 산업화와 시장제도화를 촉발하고, 다음으로 대규모 교통·물류(선) 인프라를, 경제수준 향상에 따라 주택과 도시(면)를 개발해 가는 순서이다. 우리의 경험을 보아도 산업화 시기 국가인프라 개발은 ‘산업단지와 전력 개발’(1960∼70년대 초)로 시작해서 ‘도로와 항만 등 교통물류 시설 개발’(1970∼80년대)을 거쳐 ‘도시와 주택개발’(1990년대)로 이어졌다.  산업공간 개발을 통한 경제 활성화는 국민소득과 취업자를 증가시키고 그 이익을 재투자하는 과정이 국제적 교통·물류 인프라 개발에 비해 더 안정적이다. 북한에서 산업단지 개발 효과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의 2014년 생산액은 약 4억7000만달러로, 환율을 달러당 1100원으로 가정할 경우 517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은행 추산 2014년 북한 국내총생산액 31조1609억원의 1.7%에 해당한다. 개성공단 1단계(3.3㎢, 100만평)의 공장부지 중 약 40%만 가동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개성공단을 포함해서 같은 크기 산업단지 3개가 정상 운영된다면 그 생산액 합은 북한 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3개에서 10개, 30개로 산업단지를 개발해 나가고 그 수준을 점차 고도화하는 전략이 북한경제를 질적으로 비약시키는 효과적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추가적인 남북협력 공단 개발과 관련하여 우선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와 2단계 개발, 그리고 북ㆍ중, 북ㆍ러 협력을 통해 일부 진행 중인 ‘라선특구’가 유력 후보지가 될 것이다. 인구밀집 지역이면서 항구 접근성이 뛰어난 ‘남포시’와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가깝고 북한이 역점 추진하고 있는 ‘원산-금강산지구’가 그 다음 후보지역으로 평가된다. 남북 민간교류를 경제협력으로 발전시키고, 산업단지 개발을 핵심으로 하면서 국제적 교통·물류 인프라 개발을 와일드카드로 활용하는 전략을 통해 향후 남북관계 발전을 더 심화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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