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시론] 주택정책, 가족 생애주기를 고려해야

건설경제 2016년 1월 28일자 기사입니다. 이인근 (LH토지주택연구원 원장) 그동안 우리나라는 소득을 기반으로 한 저소득층을 주요 대상으로 주택정책을 추진하였고, 고령 인구의 증가로 인해 고령자에 대한 정책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주택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수요자 맞춤형 정책이 전개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급변하고 있는 가구 구조의 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족 생애(生涯)주기를 고려한 주택정책이 절실하다.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인 미켈슨은 가족 생애주기 단계는 가구주 연령뿐만 아니라 모든 생애와 관련한 이벤트(Event)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다시 말해 가구주의 연령 이외에 가구원 수, 자녀의 연령, 자녀 교육 정도 및 미혼, 결혼, 출산 등 생애의 이벤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좀 더 포괄적이고 다양한 측면에서 단계를 구분하여 가구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정책 반영에 적합하다. 향후 가구구조 변화에서도 생애 이벤트와 연관된 가구의 분화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통계청의 가구 추계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체 가구의 평균 상승률은 1.2%이지만, 전체 가구 중 부부의 이혼 및 출가 증가 등의 이유로 발생되는 조손가구(4.3%) 또는 편부와 자녀가 동거하는 가구(2.3%)와 가구 분가로 나타나는 단독(1인) 가구는 2.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가구 유형별 상승률은 전체 가구의 평균 상승률보다 최대 3.6배 높게 나타나 향후 가구구조 변화는 이혼 등과 같은 생애 이벤트와 연관성이 있어 가족 생애주기의 필요성은 향후에도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가족 생애주기를 고려한 주택 정책을 수립할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가구 유형별로 나타나는 문제점이 다르기 때문에 각 세대와 가구 유형별 문제점을 세분화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우선 젊은 세대는 사회 진입기간이 다른 세대보다 짧고, 저성장에 따른 낮은 임금 수준 및 고용 불안, 삶의 패턴 변화에 따른 소비 욕구 증대로 인해 자산 축적이 쉽다. 따라서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저성장시대의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 등의 도움 없이 직접 주거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금수저ㆍ흙수저 등과 같은 유행어가 사회현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젊은 가구의 경우에는 가구의 유형별로 주택과 연관된 문제점들이 다르다. 단독 가구에서는 취업과 고용 불안, 저임금 등의 영향으로 주거비에 대한 부담이 크고, 부부 가구는 자녀 양육 및 주거부담의 문제 등으로 인해 저출산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일반가구는 자녀를 출산했지만 양육과 교육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충분한 자산을 축적하지 못해 주택 구입 및 보다 큰 규모로의 주거 이동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현재 추진 중인 젊은 세대를 위한 행복주택 이외에 저렴한 매입임대주택의 입주 기회 제공 확대 등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젊은 세대의 문호를 확대해야 하고, 젊은 세대를 위한 소형 공공분양주택 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년 세대는 대부분이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일반가구로서 자녀가 고등교육을 받는 시기이며 은퇴 이후 생활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이들 가구에는 자녀의 교육비 부담과 주택구입 및 생활자금에 대한 부채상환 부담이 주요 문제이며, 현재 중년 세대의 소득 및 자산은 전 생애에 걸쳐 가장 높은 시점이지만 은퇴 시기가 도래하면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가구별 대출상환능력을 고려한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출 정책이 필요하다. 고령 세대는 주로 단독(1인)가구와 고령 부부(2인)가구이며, 이들 가구의 주거 관련 문제점은 소득 감소에 따른 주거비 부담이다. 이를 일정한 소득 증가와 사회참여를 통해 정신적 소외감을 최소화하는 주거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언급되었던 세대 간 혼합 단지 구축 등을 통해 젊은 세대의 육아 문제와 고령 세대의 소득과 사회적 소외감을 동시에 해소시켜 세대 간에 윈­­-윈할 수 있는 대책과 고령 세대의 소득 증가를 위한 다양한 유형의 역모기지론 개발 및 노후 주택 재건축을 통한 임대주택으로의 활용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향후 주택 정책은 단순히 가구주 연령보다는 결혼여부, 가구주 연령, 가구원 수, 자녀의 연령 등 생애 이벤트와 소득 및 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가족 생애주기별 주거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주택정책 대상은 주로 젊은 세대와 고령 세대에 집중돼 있지만, 향후에는 중년 세대에 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고 세대 간 공유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추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택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가족 생애주기를 고려해 단계적이고 예측가능한 중ㆍ장기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는 단기간에 활용가능한 정책이기보다는 가구의 특성과 문제점의 변화를 중ㆍ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해 나타난 개선 사항을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정책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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