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시론]민간ㆍ공공 협력 통한 도시재생 사업 활성화 필요하다

건설경제 2016년 4월 4일자 기사입니다. 이인근(LH토지주택연구원 원장) 인구 감소와 저성장은 우리 시대의 화두다. ‘도시재생’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시민과 행정가의 주목을 받는 새로운 키워드가 되었다.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 제정으로 중앙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2014년에 13개 선도지역이 선정된 이후 작년에는 33곳이 추가되어 국가가 지원하는 도시재생 사업이 구체화되어 가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은 과거의 도시개발과는 여건이 상이하다. 과거 경제성장기에는 부동산시장에 대기 수요가 풍부하여 대규모 택지 개발이나 도시환경 정비를 통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 구 도심에는 경제성장과 도시발전의 흔적들이 남아 있고 기존 주민과 상인 등 이해관계가 중첩되어 있다. 정부 재정이 취약해지면서 도심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이제는 제한적이다. 현재 많은 도시들이 시행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은 두 개의 축으로 움직인다. 하나는 주민과 상인 교육을 통한 공동체 활성화, 문화예술인 창업 지원을 통한 골목 상권 활성화 등 지역 내 인적 역량을 강화하는 소프트웨어 사업들이다. 그간 도시재개발 사업이 세입자 대책, 주민 재정착의 어려움, 부담금과 매몰비용 분담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고 그 결과 사업 동력이 약화되어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은 지원하는 도시재생 사업이 자연스럽게 부각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부로부터 사람과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하드웨어 사업이다. 지역 내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소프트웨어적 사업만으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쇠퇴한 구 도심 내 경제활동을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새로운 매력 요소를 만들고 경쟁력을 보강해야 한다. 문화ㆍ공유 공간, 공원, 도로 등 기반시설 개선부터 공공커뮤니티 시설의 설치, 유휴 국‧공유지를 활용한 주(住)ㆍ상(商)ㆍ공(工) 복합개발 등이 주요한 처방으로 등장한다.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정부 정책은 그동안 지나치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강조해 왔다. 물론 주민 참여 도시계획을 주민 주도 도시재생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복합개발과 같은 하드웨어 사업에 있어서도 민간과 공공의 협력이 중요하다. 선진 도시의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문화산업이나 제조형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고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드론, 3D프린팅, 공유경제 등 혁신적 기술과 사업 모델이 시장에 나와 우리의 생활양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혁신 ICT산업, 지식기반산업이 도시재생을 주도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분야로 진출하는 젊은이들은 일자리와 주거가 가깝고, 대중교통‧문화‧행정‧복지 인프라를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도심부를 주된 생활무대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도시재생 사업이 촉매가 되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콘텐츠로 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도시재생에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입지규제 최소구역이라는 규제 완화와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금융 지원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쇠퇴한 도시지역 경제활성화 거점이 될 복합개발의 수익성을 확보해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와 자금 지원을 통해 민간투자자의 수익성을 보강한다고 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복합개발의 편익이 주변지역에 온기로 퍼지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상권의 빨대효과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도시재생에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유인하기 위한 공공부문의 역할은 규제 완화와 자금 지원으로 끝나지 않는다. 도시재생은 수익에 편향된 단순 재개발이 아니라 공간을 되살리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더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쇠퇴지역 내 이해관계의 특수성, 지역 부동산 시장의 동향,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의 의사결정 방식, 지역 주민과 상인, 활동가들의 행동양식, 원도심 쇠퇴 양상과 원인 등을 따져보고 이를 민간의 수익추구 행동과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의 전체적인 방향성에 부합하면서 실효성 있는 전략과 사업계획을 만들어내고,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들에게 적절하게 리스크를 분담시키면서 편익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조정하는 공공 디벨로퍼로서의 역할이 그것이다. 공공ㆍ민간 협력형 도시재생의 경험은 복합개발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유휴시설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하다. 새롭게 조성된 공공ㆍ공유 공간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복합문화시설의 공간 일부를 개방하여 역량을 갖춘 지역 주민이나 상인,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마을기업 또는 창업기업에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은 전향적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공공이 사업 주체로 참여함에 따른 수익의 안정적인 재투자를 통해 담보할 수 있다.바야흐로 새 도시를 만드는 시대가 끝나고 도시를 재생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여 쇠퇴한 도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실험이 계속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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